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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전시

BTS 콘서트 in CGV <Yet to Come in Cinemas> / 2022.10.15 부산 아시아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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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영화관에 들어갔을 때 관객들의 연령층이 의외로 높았다. 2월 초 개봉이었으니 주된 팬층이라 예상한 10대 팬들은 이미 관람을 했을 수도 있겠다. 

  Intro가 시작되었다. 우주에서 지구가 보인다. 웅장하다. 빛이 부산으로 모여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조감도가 나타난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함성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커다란 경기장 가운데 있는 무대에서 모두가 기다린 일곱 명이 등장한다. 첫 곡은 마이크 드랍 Mike Drop. 무대영상을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곡은 꽤 많이 봤다. 그리고 이제는 연륜이 느껴진다. 힘 줄 데는 주고, 뺄 데는 빼면서, 무대를 온전히 즐기고 있는 게 보인다. 저렇게 되기까지 무대 위와 아래에서 노래를 얼마나 많이 부르고, 춤을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까...

 

  멤버 지민과 정국의 고향인 부산에서 본인들의 고향 이야기를 담은 곡을 부르지 않을 수 없다며 ‘Ma city’를 부른다. BTS 곡 중 강한 비트의 곡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Ma city’를 처음 들었을 때 ‘아, 이 사람들은 아티스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들의 정체성이 뚜렷하고, 음악에 녹여낸다. 그렇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학생일 때, 공부만 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로망이었던 학교 밴드 보컬리스트로 활동했었다. 무대를 준비하던 어느 날, 한 선배가 노래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고 했다.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부를지 고민해보라고 했다. 그때는 그저 ‘잘’ 부르라는 말인 줄 알았다. 이후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조금 더 다양한 감정을 알게 되고 나서, 그 선배의 말을 되뇌었다. 노래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수없이 다듬어진 멜로디와 노랫말로 가수는 감정을 전달한다. 어느 부분에서 강조할지, 터트리듯 부를지 읊조리듯 부를지, 어떻게 전달할지 계속 연구하고 실험한다. 

  BTS의 노래를 듣고 퍼포먼스를 보면 그렇게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이 느껴진다. 그래서 팬이 되었다. 

 

  더불어 서로 다른 7명이 오랜 시간 부딪히고,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뿜어내는 시너지가 BTS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프로듀싱을 하는 멤버들은 스스로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이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하고, 또 다른 멤버들은 그 메시지를 노래로, 혹은 춤으로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며 서로 협업한다. 

  이 모든 과정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도, 지난 10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기록들이 증명해준다. Yet to Come in cinema에서 애벌레가 고치가 되고, 마침내 나비가 되는 장면이 있는 이유가 아닐까.

 

  “여러분(아미)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저희같고, 가장 의미있어 지는 것 같다.”

  콘서트가 끝나고 멤버들이 한명씩 돌아가며 소감을 말하는 시간, 지민이 말했다. BTS는 그들이 받는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한다. 그들의 노래가 전달해주는 메시지와 일곱 명의 시너지, 꿈을 쫒아 노력하고 마침내 이룬 에너지를 좋아할 뿐인데, 그것을 감사하다고 하다니.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무대를 꾸미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일곱 명만으로 진행되는 퍼포먼스가 대부분이지만 틈틈이 댄서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엄청난 무리로. BTS 퍼포먼스의 특징인 듯 하다. 일곱이거나 대규모이거나. (어쩌면 연습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거나 인건비 등의 현실적인 이유 때문일지도.)

  일곱 명만으로도 무대가 가득 차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이유도 있지만 배경도 한 몫했다. 무대 뒤 스크린 화면과 무대 위 배경 및 소품들. 누군가는 오직 상상만으로 무대를 머리를 싸매고 그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컴퓨터 앞에서 날밤을 새며 그래픽 작업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커다란 무대를 설치했을 것이며, 누군가는 커다란 배경을 그리고, 무대에서 사용될 마이크 같은 소품을 한땀한땀 꾸몄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음향이나 특수효과,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정말 많은 이들이 함께 만든 공연일 거다. 그들의 이야기와 무대 뒤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사필귀정
事必歸正

처음에는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 바르게 돌아감. 

  첫 곡인 마이크 드랍 가사에 인용된 고사성어이다. 여태 해왔던 것들에 회의를 느끼는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였다. 이제야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모든 일은 결국 바르게 돌아갈 거다.

My moment is yet to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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