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5년 전, CGV에서 야심차게 여의도 노들섬에서 야외 영화 상영을 했다.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고, 영화보다는 이날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있다. 블로그에 여태 관람한 공연과 전시, 영화, 그리고 독후 기록을 시작하려고 지난 사진들을 들춰보다가 노들섬 시네마 사진을 발견했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본 영화는 스토리는 아는 내용이었지만 느껴지는 감정은 새로웠다.
유열의 음악앨범
- 개봉 : 2019.08.28
- 장르 : 멜로/로망스
- 국가 : 대한민국
- 등급 :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22분
- 감독 : 정지우
- 출연 : 김고은, 정해인, 박해준, 김국희, 정유진, 최준영, 유열, 남문철
- 줄거리
"오늘 기적이 일어났어요." 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김고은)는 우연히 찾아온 현우(정해인)를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끊기게 된다. "그때, 나는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기다렸는데…"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가지만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서도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두 사람… 함께 듣던 라디오처럼 그들은 서로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까?
영화 내용보다도 그날의 분위기가 너무나 강력하게 남아있는 경험이다. 낮에는 잔디밭에 돗자리 펴놓고 치맥을. 판매 부스들과 밴드의 라이브 연주 등 볼거리와 들을 거리, 구경거리 모두 잘 세팅해 두었다.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하늘이 보랏빛으로, 그리고 진한 남색으로 변해갔다. 그럴수록 스크린은 선명해졌다.
줄거리 요약
영화는 잔잔하다. 75년생 주인공 두 명이 처음 만났던 날, 1995년 10월 1일, 라디오 DJ 유열이 음악앨범 프로그램 DJ를 맡은 날부터 시작된다.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는커녕 이메일도 없던 시절, 사정이 있어 헤어졌다가 1997년 추억이 있는 곳에서 다시 만난다. 그것도 현우가 군대 가기 전날이자 미수의 첫 출근 전날이다. 다행히 이때는 천리안 PC와 이메일이 있어 현우의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주지만, 미수는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을 잊었다. 2000년 이메일 비밀번호를 풀어내는 데 성공한 현우는 그동안 답장 없는 메일을 보내온 미수에게 연락을 하고, 두 사람은 재회한다. 무려 디지털카메라가 휴대폰 안에 심어진 신기한 일이 일어난 때이다. 설레는 만남도 잠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우와 현재에서 허우적대는 미수는
후기
1997년 IMF가 터진 해, 미수는 안정적인 회사의 정직원으로, 친구인 현주는 2개월짜리 방송국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3년 후, 미수는 인쇄기의 소음이 익숙해져 버린 채 쳇바퀴 돌듯 살아가고 있고, 현주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송국에서 일을 한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구나. 그런데 연락 없는 네가 오히려 고맙다. 난 지금 아주 많이 후진 상태야. 너와 오랜만에 만나 웃고 떠들 상태가 못된다는 거지. 내가 싫어. 누가 날 보는 것도. 모두 내가 한 선택인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현우야, 좋은 일 생기면 다시 연락하자.
영화의 중반쯤, 미수의 대사이다. 5년 전엔 졸업하자마자 지원한 회사에 붙어 아무 걱정 없이 회사 생활을 하던 신입사원이었고, 지금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살고 있다는 거에 위안 삼으며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며 해외로 훌쩍 떠나온 30대의 프리랜서다. 미수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쓰는 메일의 내용이 남일 같지 않다. 미수가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5년 전엔 1990년대 - 2000년대의 애틋한 멜로 영화로 잔잔하게 느껴졌다면, 5년 만에 다시 보니 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였다. 사회초년생, 꿈과 현실의 괴리와 외로움, 검정고시를 본 현우와 주어진 환경대로 사는 친구들, 그리고 선택으로 인해 달라지는 삶, 연애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등.
인물의 재발견
그리고 그냥 지나가는 역할인 줄 알았던 종우, 종우처럼 살고 싶어졌다. 종우는 여유로운 사람이었다. 능력이 있어서 경제적인 여유로움도 있고, 좋아하는 마음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기다리는 여유로움도 있었다. 마치 미수가 자신에게 올 것을 아는 것처럼, 아니면 오지 않아도 연연해하지 않을 것처럼.
무대 인사
아, 너무 잘생겼어.
은자의 대사다. 요즘 흰 티에 청바지에 꽂혀있는데, 정해인 배우의 착장이 너무 예뻤다. 그러고 보니 무대 인사는 김고은 배우가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뮤직 페스티벌이 성행하던 때, '영화'를 주제로 여름밤을 감성으로 채워준 기획이었다. 그다음 여름에도 계속될 거라 기대했지만, COVID-19으로 재개하지 못한 이벤트인데, 올해 혹은 내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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