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중심, 트라팔가 광장에 위치한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는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그중에서도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는 전시 중 하나가 바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들이다.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질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그의 작품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네덜란드 출신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생전에는 작품이 거의 인정받지 못했으나, 사후에 그의 예술적 가치가 재평가되며 현대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화가 중 한 명이며, 특히 한국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서양 화가로 꼽힌다.
고흐는 목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때 종교적 삶을 꿈꾸었으나, 이후 예술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본격적인 그림을 시작했지만,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약 2,000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기며 폭발적인 창작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방대한 작업량과 영향력 덕분에 오늘날 유럽의 어느 주요 미술관을 방문하더라도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어두운 농촌 풍경에서 출발해 프랑스 아를과 오베르쉬르우아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작업했으며, 그 과정에서 강렬한 색채와 두꺼운 임파스토 기법을 통해 독창적인 화풍을 완성하였다. 고흐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이나 인물 묘사를 넘어, 그의 내면의 감정과 불안, 열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이후 표현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으로 남아 있다.
해바라기
Sunflowers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은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정물화 시리즈이다. 1888년 프랑스 아를에서 파울 고갱을 맞이하기 위해 꾸민 ‘노란 집’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꽃 정물이 아니라 ‘노란색’이라는 색채를 중심으로 한 감정과 상징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반 고흐는 노란색을 태양, 생명력, 희망과 연결하여 사용하였으며, 해바라기를 통해 강한 생동감을 표현하였다. 해바라기는 피고 지는 과정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는 같은 구도를 반복하면서도 색감과 붓질의 차이를 통해 각각 다른 분위기와 감정을 담아냈다.
연작으로 제작된 여러 작품은 여러 미술관에 분산 소장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미술관, 그리고 독일과 미국의 주요 기관 등에 나뉘어 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였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은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예술 박물관에서 2026년 10월 11일까지 대여 중이다.
반고흐의 의자
Van Gogh's Chair
- 1888년 작
- 캔버스에 유채

빈센트 반고흐는 프랑스 아를에서 파울 고갱과 함께 생활하던 시기에 '빈 의자'를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제작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에서 반 고흐의 의자는 소박한 나무 의자로 표현된다. 붉은 타일 바닥 위에 놓여 있으며, 뒤의 푸른 벽과 문과 강한 색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의자 위에는 담배 파이프와 담배 주머니가 놓여 있어 화가 자신의 흔적을 대신한다. 또한 그는 싹이 난 양파가 담긴 나무 상자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으로 남겼다.
반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갱의 의자 그림은 보다 세련된 팔걸이의자로 묘사된다. 촛불이 켜진 장면 속에서 표현되어 있으며, 분위기와 형태에서 반 고흐의 의자와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이처럼 ‘빈 의자’는 고흐의 침실을 그린 그림 등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특정 인물을 직접 그리지 않고도 그 사람의 존재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치로 사용했다. 이는 고흐의 감정 상태와 당시 인간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A Whearfield, with Cypresses
- 1889년 작
- 캔버스에 유채

이 작품은 프로방스 지역의 전형적인 자연 풍경을 담고 있다.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밀밭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짙은 녹색 사이프러스 나무, 그리고 배경의 알피유 산맥이 조화를 이루는 구성이 특징이다.
고흐는 특히 사이프러스 나무에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를 고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하늘과 구름, 풀과 밀밭이 수평적으로 펼쳐지는 화면 구성 속에서, 사이프러스는 단 하나의 강한 수직 요소로 작용하며 전체 공간에 긴장감과 균형을 부여한다.
이 작품은 동일한 구도를 바탕으로 한 세 점 중 두 번째 버전에 해당한다. 그는 작업실에서 구성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며 보다 양식화된 형태로 발전시켜 나갔다.
두 마리의 게
Two Crabs
- 1889년 작
- 캔버스에 유채

1889년 1월 아를의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고흐는 정물화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제작된 작품 중 하나가 게를 소재로 한 정물화이다.
이 작품은 동일한 개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한 것으로 해석되며, 하나의 게를 뒤집힌 모습과 바로 놓인 모습으로 함께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암스테르담 반고흐 박물관에 있는 작품에서는 게 한 마리가 등을 대고 있는 상태로만 그려지기도 한다.
배경은 푸른빛이 감도는 초록색으로 처리되어 있으며, 이는 지중해 바다를 연상시키는 색채로 해석된다.
쟁기질하는 농부가 있는 풍경
Landscape with Ploughman
- 1889년 작
- 캔버스에 유채

반 고흐는 스스로 입원한 생레미의 정신병원에서 이 풍경을 그렸다. 이 작품은 실제 풍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단순한 자연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반 고흐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그들이 밭에서 일하듯, 나도 내 캔버스 위를 쟁기질하고 있다”라고 표현하였다. 그림 속에서 부지런히 밭을 가는 농부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작업을 이어가는 화가 자신의 모습으로 해석된다.
나비가 있는 긴 풀밭
Long Grass with Butterflies
- 1890년 작
- 캔버스에 유채

고흐는 1890년 5월 북부 프랑스로 돌아가기 전까지 프랑스 생레미의 정신병원에서 약 12개월 동안 머물렀다. 입원 후 불과 3주가 지났을 무렵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병원 주변의 ‘키가 크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풀’만으로도 충분히 그림 소재가 된다고 언급하였다.
이 시기의 작품에서는 단순한 풍경 속에서도 독특한 공간감이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수평선이 생략된 구성이지만, 화면 상단에 길을 배치함으로써 시선의 흐름을 만들어 깊이감을 형성하였다.
생레미 시기의 작품들은 제한된 환경과 불안정한 정신 상태 속에서도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반 고흐의 강한 창작 의지를 잘 보여준다.
오베르 근처의 농장들
Farms near Auvers
- 1890년 작
- 캔버스에 유채

반고흐는 생애 마지막 두 달을 프랑스 파리 북서쪽의 오베르쉬르우아즈 마을에서 보냈으며, 라부 가문의 여관에 머물렀다.
그는 마을의 오두막들이 가진 ‘이끼 낀 초가 지붕’의 풍경을 특히 좋아했으며, 이를 작품 속에서 짧고 거친 올리브빛 초록색 붓질로 표현하였다.
빠른 붓터치와 비어 있는 하늘 표현은 이 작품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일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의 말년 작업 특유의 즉흥성과 긴박한 표현 방식을 드러낸다.
고흐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해바라기’를 먼저, 그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기록하게 했다. 그러니까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이다.
2014년 처음 영국에 왔을 때 실제로 고흐의 그림을 처음 마주했다. 강한 붓질과 역동적인 표현이 분명히 느껴지지만, 동시에 묘하게 평화로운 감정이 함께 전달되었다. 그 이유는 안정적인 구도와 색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움직임이 있는 화면 속에서도 균형이 유지되고 있어, 오히려 차분하면서 활기찬 인상으로 남아있다.
런던에 살면서 내셔널 갤러리를 여러 번 방문했지만, 고흐의 작품을 한데 모아 정리하니 생소한 작품도 있었다.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오디오 가이드 투어를 함께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품과 화가의 배경을 알고 그림을 보면, 그림이 훨씬 더 풍성하게 다가온다.
투어라이브 셀프 오디오 투어: 내셔널 갤러리 알아두면 쓸모 있는 100가지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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